*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줄거리 요약이나 깊이 있는 해석보단 한두 가지 주제로 가볍게 수다를 떠는 글입니다.
(재미로만 읽어주세요!)

영화 정보
개 봉 2024.11.20.
장 르 스릴러
국 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15분
어제 시사회를 통해 영화 <히든페이스>를 보고 왔습니다!
김대우 감독의 '인간 중독' 이후 10년만의 신작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네이버 소개로 대체하겠습니다.
'갇혔다 지켜봤다 벗겨졌다' 지휘자 '성진'(송승헌)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조여정)이 어느 날 영상 편지만을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춘다. '성진'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녀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 오는 밤,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 ‘성진’과 ‘미주’는 ‘수연’의 집에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다. 한편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혀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는데...
네이버 '영화 히든페이스 정보' 소개란 발췌.
* * * 아래부터 개인적인 감상이 이어집니다. 스포 주의!! * * *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서사의 완성도 부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밀실 앞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자신의 동성 연인과 관계를 맺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모습이 소위 'NTR' 스러운 부분도 있었구요.
흔한 NTR과 다른 부분은 수연(조여정)의 무너지는 감정이 '순애' 라기보다 내 물건을 빼앗기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소유욕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중심 코드는 '욕망' 이었습니다.
성진(송승헌), 수연(조여정), 미주(박지현)는 각기 다른 욕망을 원동력으로 움직입니다.
성진은 떠오르는 젊은 지휘자로 '분식집 아들'이라는 출신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가 원하는 건 지휘자로서의 성공, 명예와 신분 상승입니다.
와인과 커피를 품평하는 고상한 기득권들을 비웃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위치에 끊임 없이 고뇌합니다.
수연은 굉장한 부를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놓쳐본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미주와의 관계 속에서도 항상 '갑'의 위치에 있습니다.
처음 미주를 만난 순간부터 수연의 사랑은 소통이 아닌 지배에 가까워 보였죠.
나를 위한 '도구이자 노예'를 소유하는 것이 수연의 사랑법으로 느껴집니다.
미주는 고2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연인인 수연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묘사는 나오지 않지만 수연의 새 집 인테리어 감독도 하는 것으로 보아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비서의 느낌도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만난 연인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며 살아온 미주는 자신의 무엇을 욕망하는지 조차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죠.
갑작스러운 수연의 결혼 및 이별 통보에 눈물을 흘리지만 그녀가 하는 최대한의 저항은 전화를 끊는 것 정도랄까요.
후에 영화의 중심이 되는 '밀실 셀프 감금' 사건 때 미주는 이별 통보에 대한 복수심으로 열쇠를 바꿔치기 합니다.
수연에게 지시받지 않은, 스스로 결정한 첫 번째 행동이 세 사람의 욕망 밸런스(?)를 무너트리기 시작하죠.
미주는 성진을 유혹해 첫 관계를 한 후, 샤워실의 거울(이면의 수연)을 바라봅니다.
수연이 이별 통보할 때 이야기했던 '남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삶'의 방식을 자기가 살고 싶어졌다며, 수연을 꺼내주지 않으려 하죠.
근데 미주가 말한 '남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삶'의 욕망은 온전한 미주의 생각이었을까요?
성진은 수연이 사라지고 부쩍 수척해진 모습을 보입니다.
타인들은 사랑하는 약혼녀가 사라진 걱정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상은 늘 제멋대로(갑)인 수연에 대한 짜증 반, 수연이 사라지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될 수 있다는 걱정 뿐이지요.
성진은 이 상황에 등장한 미주에게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저렴한 첼로를 쓰면서 피아트 경차를 타는 서민적인(?) 모습에 슈베르트가 슬퍼서 좋다는 취향까지 같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더할 나위 없죠.
둘의 만남은 갈비에 소주, 노포처럼 서민을 대표하는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성진에겐 컴플렉스면서도 쉽사리 부정할 수 없는 어머니의 분식집 처럼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전개 된 후, 수연이 밀실에 갇혀있다는 것을 성진까지 인지하게 됩니다.
이 때도 성진은 수연을 바로 구하지 않습니다.
수연이 밀실에서 나오게 된다면 자신과 미주는 파괴될 것이 뻔하기에 고뇌하죠.
이 때 수연은 자신은 상황이 아무 상관 없으니 얼른 꺼내달라고 소리칩니다.
저도 보면서 생존 본능 때문에 저러지만 나오면 가만 안두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는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미주는 수연을 감금하는 건 자신이 결정했지만, 꺼내는 결정은 성진에게 양도합니다.
수연 모의 계략(?)에 걸려든 성진과 미주는 밀실을 열고 들어갑니다.
이 때 수연과 미주의 드잡이(?)가 일어나고 말리는 과정에서 미주가 쓰러집니다.
쓰러진 미주와 수연의 사이에서 성진은 수연을 택해 밖으로 나옵니다.
수연에게 면목 없는 성진은 경찰서에 자수하러 간다고 말하지만, 수연은 아주 태연하게 배고프다며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못한 샤워를 하러 갑니다.
수연은 거울 너머의 미주를 인지하며 뒤바뀐 상황에 재밌어하며 상황을 정리합니다.
결말은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이려나요?
성진은 수연으로 인해 얻은 부와 명예를 누리며 골프를 치러 나갑니다.
수연은 밀실을 아름답게 꾸민 후 애완동물(햄스터)에게 먹이를 주는 주인처럼 이것저것 챙겨 밀실로 들어갑니다.
미주는 자신을 치장 후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워 놓고 수연을 기다립니다.
수연은 햄스터같은 미주에게 위로(?)를 받으며 행복(?)해 하는 표정을 클로즈업 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를 볼 때는 과감한 베드씬과 아름다운 미장센, 세련된 촬영 구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영화를 곱씹어보니 서사 자체가 기득권, 신분 상승을 꿈꾸는 계층, 기득권의 도구(노동력)로서의 하층민에 대한 은유로 느껴졌습니다.
수연에게 성진과 미주란 애완동물, 도구, 노예같은 소유물일 뿐입니다.
키 크고 몸 좋고 잘생기고 떠오르는 젊은 지휘자라는 타이틀이 중요할 뿐, 수연에게는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진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죠.
밀실에서 나온 후 수연의 행동은 언뜻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자신을 가두고 자신의 집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심지어 갇혀 있다는 걸 인지한 후에도 바로 구조 하지 않은 인간(?)들임에도 처벌하지 않습니다.
수연은 밀실에 갇혀 평생 해보지 못한, 해볼 필요도 없는 경험을 마주합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 분노해 원인 제공자들을 처벌할 텐데, 수연은 그것보다 자신의 두 개의 도구(성진, 수연)에 대한 소유와 통제를 강화합니다.
성진은 밀실에 미주가 갇혀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부와 명예를 누리며 수연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미주는 자신의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며, 무언가 결정하기를 거부하고 욕망이 거세된 채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연을 기득권이라고 생각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상황이고 시스템일까요.
자신의 욕망을 찾아 인간성을 거세한 인간들을 지배하는 인간이라는 구도가 현대 사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대우 감독은 노출이 많은 영화를 찍기로 유명한데요.
본인이 인터뷰에도 밝혔 듯 노출이 마케팅의 한 부분 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노출을 걷어내고 보면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좀 더 명징해집니다.
노출과 베드신은 수단일 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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